나라빚만 840조… 홍 부총리 "재정여건부터 점검"
고용지원금 고갈 위기... 예산직 직원은 피로도 호소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술렁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추경에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여권을 포함한 정치권 압박을 이겨낼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예산안도 틀어질 수 있다", "일단 예산안에 집중하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끝난게 아니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3차 추경까지 반영하면 이미 올해 111조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만약 4차 추경이 현실화되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4일부터 2019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 돌입한다. 이날 결산 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4차 추경안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핵심 쟁점이 됐다.
홍 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앞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게 되면 100%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며 "재정 당국을 맡은 입장에서 보면 1차 지원금 형태로 2차 지급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회가 4차 추경을 언급하는 배경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 됐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3단계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경제 활동 중단에 따른 경기 침체를 4차 추경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4차 추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3차례 추경으로 올해 말 국가채무가 당초 정부 계획보다 35조원 가량 늘어나는 상황에서 4차 추경을 위해 빚을 더 늘리는 것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재원여건은 점검해보지 않고 무조건 4차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 당국인 기재부 입장에서는 역대 최악으로 나빠진 재정 상황도 고민거리다. 올해 재정 적자는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며 111조5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사상 최대다. 국가 채무 역시 110조6000억원 늘면서, 4차 추경이 없더라도 채무 규모가 839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38.1%에서 올해 43.5%로 치솟는다.
다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4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발동되면 외부 경제활동이 중단되는데, 이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감소, 임시직 근로자의 실직 등에 대응해야하는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실직자에 지급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집행률이 80%를 넘긴 상태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생계 타격을 입은 특고·프리랜서·영세자영업자에게 세 달 동안 150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달 18일 기준 총 176만건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중 약 148만건이 처리됐다. 처리율은 83.7%다.
코로나 재확산이 멈추지 않으면 긴급고용지원금 수요는 계속 늘 수 밖에 없다. 176만명을 최대 150만원씩 지원하려면 2조6400억원이 필요하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관련 예산이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경우 또 다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가 4차 추경 결정 시기를 늦추려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가 끝나는게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언제든지 다시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다만 재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결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방역 대책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시기"라며 "만약 2차 재난지원금을 필요할 시기가 온다면 전체가 아닌, 소득이 낮거나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 지급해야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 "일단 예산안에 집중"… 과로, 야근 등 피로도 누적
기재부는 일단 내년도 예산안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다. 이달 중 내년도 예산안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하지만, 자칫 4차 추경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재부는 4차 추경보다는 방역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서, 수조원이 넘는 재정 지출을 얘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방역을 오히려 방해하는 꼴이 됐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충격이 커지면 2차 재난지원금을 고려해봐야겠지만 아직 경기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방역 대책 강화로 확산세가 수그러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4차 추경을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3차 추경을 비롯해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진행하면서 기재부 구성원들의 피로도 쌓인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판 뉴딜까지 추진하면서 기재부 전 부서가 밤샘 작업과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부내에서 예산실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최근 사무관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로도 많이 얘기되고 있다"며 "업무의 피로도도 문제지만, 최근 정부와 여당이 기재부 업무에 깊게 개입하면서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August 24, 2020 at 02:0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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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 발표 앞두고 4차 추경 직면… 황망한 기재부 예산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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