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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ne 28, 2020

이창숙 칼럼'차의 맛, 소통의 맛'79. 홍차,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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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캐디(Tea Caddy), 찻잎을 보관하는 상자.
티 캐디(Tea Caddy), 찻잎을 보관하는 상자.

  19세기 말 영국은 여가 활동을 위한 전시관, 공공도서관을 설립하였다. 이러한 장소는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과 여가 활동을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전원풍의 티 가든이 만들어지고 실내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귀족풍의 티 타임(Tea time)은 영국의 정원문화와 함께 여성과 남성이 자연스럽게 즐기는 문화로 정착하게 된다.

  숙녀들은 티 파티를 열어 값비싼 차와 차 도구를 자랑하였다.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호화로운 차 정원도 만들어졌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으며 지정된 개인 좌석에 앉아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야간에는 불꽃놀이를 하는 등 각종 행사가 마련되어 데이트를 즐기며 산책을 하는 명소가 되었다.

  상업의 발달로 인해 계층이 분화되고 새로운 경제력을 가진 신흥 부자들은 귀족풍의 차문화를 답습하였다. 하지만 차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생산량이 증가되어 차의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서 노동자들의 일상음료로 확산된다. 차를 마시는 풍습은 산업현장으로, 농촌으로, 가정으로 스며든다. 영국의 홍차는 귀족에서 노동자까지 전 국민이 마시는 국민의 음료로 확산되었고 생필품으로 자리잡는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헐렁한 면직물의 옷과 밀짚 위에서 차를 마시는 한가로움은 19세기 중엽 이후이다. 농촌의 노동자들은 이전에는 차, 치즈, 버터, 비누, 양초 등도 갖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나 되어야 차와 빵과 고기를 배급받았다.

  오히려 산업현장에서는 ‘차 마시는 시간(Tea break)’이 있어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의 잠을 쫓고 피로를 풀어주는데 차가 이용되었다. 이는 생산력 증진은 물론 노동자들의 보건기능까지 영향을 주었다. 차를 마시는 것이 습관화된 노동자들은 가정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하루에 두 번 이상 차를 마셨다. 빵을 굽는 연료비는 절약하였지만 차만은 끓여 마셨다. 그들에게 차는 사치품이면서 필수품이 되었다.

  영국의 전통적인 아침 식사는 맥주와 에일 같은 알코올 음료와 푸짐한 음식이다. 이러한 알코올 음료와 고기류가 사라지고 홍차와 토스트가 상류사회에서 유행하게 된다. 상류층의 여성들은 거의 가정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늘 파티와 티파티를 즐겨 외식을 하였다. 상류층의 티 파티에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차와 커피 심부름을 했다. 단지 서빙에 그치지 않고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차값이 비싸 하인들이 차를 훔치는 경우가 있어 찻잎을 보관하는 티 캐디(Tea Caddy)에 자물쇠를 채워두기도 하였다. 티 캐디는 안주인이 관리를 하였다. 티 캐디만 해도 다양하고 화려하였다. 도자기류와 은·상아·고급목재로 만들어졌다. 잠금장치가 있는 값비싼 티 캐디는 응접실에 보관하였는데, 차가 대량 생산되면서 찻값이 하락하게 되자 하인에 의해 부엌에서 관리된다.

  파티가 없는 날에도 여성들은 가정에서 차와 간단한 음식을 즐겼다. 당시 가정에서는 차를 내는 지침서가 있었다. 주로 식료품을 담담하는 하인이 차를 준비하였는데 다음은 1861년 출간된 이사벨라 비튼(Isabella Mary Beeton)여사의 『가정 관리서』에 실린 차를 맛있게 우리는 방법이다.

  “차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물을 오랫동안 끓이거나, 미리 끓여 두거나,

  식은 물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끓여서는 안 된다.

  신선한 물을 담아 새롭게 끓여야 한다. 연수가 최상의 물이며

  다관은 금속보다는 도자기가 적합하며 반드시 따듯하게 예열해야 한다.

  차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한 스푼의 차로 2잔의 차를 만드는 것이 적당하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붓고 3~4분 정도 우려내야 한다.”

 
 이렇듯 차를 우리는 방법이 가정서에 소개될 만큼 당시 영국의 차문화는 대중화되고 일상화 되었다.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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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8, 2020 at 03:1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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