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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검찰권 축소’ 불만
이번엔 ‘검사 개인 저격’에 집단반발
2003년 ‘검사와의 대화’로 본격화
노 대통령-평검사 초유의 공개토론
2005·2011년엔 수사권 조정 ‘검란’
2012년 중수부 폐지 두고 “총장 퇴진”
‘추-윤 갈등’ 반응 않던 검사들 왜
추 장관 인사·지휘권 불만 속에
비판 검사 ‘개혁 대상’ 몰자 동참
‘평검사 회의’ 대신 댓글 릴레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사들이 내부 통신망에 댓글 달기 형태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검란’으로 불렸던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의 기득권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엔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인 것이 검찰개혁에 대한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쳐 검사들의 반발이 잇따른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2003년 ‘검사와의 대화’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처음으로 공식화한 사건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11년 후배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지금의 검찰 수뇌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인적청산을 공언했다. 검사들은 “검찰의 조직 문화를 존중해달라”며 반발했고 10명의 ‘평검사 대표’가 그해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공개토론을 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됐다. 결과는 검사들의 부정적 이미지만 증폭됐다. 무례하고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다는 뜻으로 ‘검사스럽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검사와의 대화’를 계기로 상설화한 ‘평검사 회의’는 2005년과 2011년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소집되며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 반발했다. 2012년 11월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뇌물 수사를 받던 부장검사에게 언론 대응 방법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공개감찰을 지시하면서 검사들이 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사 뇌물 사건과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봐주기 구형 지시로 궁지에 몰린 한 총장이 위기를 타개하려고 중수부 폐지 문제로 자신과 갈등을 겪은 최 중수부장을 무리하게 감찰하자 검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지만, 말할 자유를…”
검사 집단반발의 상징이자 구심이었던 ‘평검사 회의’는 이제 검찰 내부게시판의 댓글 릴레이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검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방식이 “괜히 집단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검찰 간부)에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반발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측근 좌천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한 윤 총장 견제,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확정된 검경수사권 조정에도 검사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인사권 행사가 ‘윤석열 사단’ 독식을 정상화한 측면이 있고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지휘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일선 검사들이 장관-총장 갈등 상황에서 한쪽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여론이었다. 그러나 추 장관이 검찰 내부게시판에서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에스엔에스에서 ‘공개 저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추 장관과 다른 생각을 드러내면 언제든지 ‘개혁 대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그간의 ‘추-윤 갈등’에서 응축됐던 불만과 맞물려 폭발한 것이다. 검사들의 반발 댓글 중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거나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는 인용이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장관과 총장이 대립할 때도 매일 사건 처리에 허덕이던 형사부 검사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검사 개인에게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서 이제는 본인들도 저렇게 탄압받을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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