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28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다"며 반발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어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며 추 장관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실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며 비판에 앞장 선 전력이 있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지난해 한국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의뢰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것에 의혹이 있다며 감찰 필요성을 언급하자 수사를 맡았던 김유철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현 원주지청장)은 27일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직접 반박했다.
전파진흥원의 손실이 없었고 직접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데다 이미 강남경찰서에서 동일한 사건을 수사해 각하 처분 내린 전력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청장은 "전파진흥원 직원의 진술 등에 비춰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의 내부 분쟁에서 비롯된 민원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이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규정에는 중요감찰사건의 개시와 조사결과 및 징계청구 등 그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감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마련된 이같은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추 장관 비판글의 증가는 라임운용자산의 펀드 사기와 검사 접대 의혹 등 수사를 총괄·지휘하던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사퇴가 기폭제였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박 전 지검장은 지난 22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의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추 장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 내부 반발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추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추 장관은 27일 저녁 지난해 의뢰된 옵티머스 수사가 무혐의 처분된 경위에 대해 합동 감찰을 진행하라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검사들의 불만 고조와 별개로 이런 분위기가 집단행동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의 원인이 된 '라임'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가 검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인 만큼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자칫 국민들에게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추 장관의 독자 행보 수위 또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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